백내장 수술, 정말 필요한 시점은 언제일까요? 의사들은 왜 자신의 부모님께 무조건 수술을 권하지 않을까요? 단순히 나이가 들었다거나 백내장이 ‘진행’되었다는 말만 듣고 성급하게 수술을 결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실제 사례와 함께 쉽고 명확하게 설명해 드립니다. 과잉 진료와 불필요한 수술을 피하고, 현명하게 눈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함께 알아볼까요?
🤷♀️ 의사가 자기 부모님께 백내장 수술을 망설이는 진짜 이유
가끔 이런 질문을 받아요. “원장님 부모님이 백내장이라면 어떤 렌즈로 수술을 권하시겠어요?” 제 대답은 늘 같습니다. “저희 부모님께는 백내장 수술을 추천하지 않았습니다.” 놀라셨나요? 저 또한 수많은 백내장 수술 사례를 접하며 렌즈의 장점뿐 아니라 단점까지도 면밀히 살피기 때문입니다. 사실, 백내장 수술은 나이가 들었다고, 혹은 수정체 노화가 시작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서둘러야 하는 치료가 아닙니다. 교과서에서도 명확히 이야기하고 있어요. 백내장의 ‘진행 정도’보다는 ‘환자분이 느끼는 증상’이 수술 결정의 1차적인 판단 기준이라고 말이죠.
백내장에도 1단계, 2단계 같은 진행 단계가 있긴 해요. 하지만 암처럼 특정 단계에 도달했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같은 4단계 백내장 환자라도 어떤 분은 전혀 불편함을 못 느끼고, 어떤 분은 초기 백내장인데도 시력에 큰 영향을 받아 일상생활에 지장을 느끼기도 하거든요. 수정체 혼탁이 눈의 중심부에 생겨 시력 저하가 심하다면 초기라도 수술을 고려해야 하지만, 주변부에 생겨 시력에 별 영향이 없다면 굳이 서둘러 수술할 필요는 없어요. 이게 바로 제가 부모님께 수술을 권하지 않는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 과잉 진료 의심해봐야 할 실제 사례들
제가 만난 환자분들 중에는 다른 병원에서 ‘아니다 싶은’ 설명을 듣고 오시는 경우가 꽤 있어요. 몇 달 전 57세 남자 환자분이 오셨는데, 한쪽 눈은 이미 단초점 렌즈로 백내장 수술을 하셨고, 나머지 한쪽 눈 시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하셨죠. 그런데 다른 병원에서 이미 “녹내장 말기이니 빨리 수술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오셨더라고요. 눈 사진을 보면 수정체 혼탁이 부분적으로 약간 뿌옇게 보이긴 했지만, 누가 봐도 ‘심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맨눈 시력은 0.5 정도였지만, 난시 교정을 하면 0.8까지 올라오는 상황이었고요. 0.8 정도의 시력은 사실 일상생활에 거의 지장이 없는 수준으로 봅니다. 백내장 진행 정도로 따지면 전체 단계의 절반도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 그저 백내장이 좀 진행되고 나이가 들면서 생긴 난시 때문에 시력이 떨어진 것을 마치 ‘말기 백내장’인 것처럼 설명하고 다초점 렌즈를 권유하며, 심지어 이미 수술한 반대쪽 눈까지 다초점으로 바꾸라고 권유받으셨다고 해요. 솔직히 이건 좀 과하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환자분은 이미 ‘말기 백내장’이라는 진단에 크게 겁을 먹은 상태였습니다. 제가 당장 수술이 필요 없다고 아무리 설명해 드려도, 먼저 들었던 말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결국 수술을 해주겠다는 다른 병원을 찾아가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 입장에서도 참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 또 다른 사례: 단순 노안을 백내장으로 둔갑시키는 경우
불과 며칠 전 55세 남자 환자분도 시력 저하로 오셨어요. 근시가 -4디옵터 정도로 심해서 맨눈 시력은 0.12까지 떨어져 있었죠. 그런데 세극등 현미경 사진을 보면, 최대한으로 보아도 1단계 정도로, 백내장이 시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진단했을 때는 단순 노안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셨던 거였고, 굳이 지금 당장 수술할 필요 없이 경과를 지켜보자고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백내장이 경미해도 초고도 근시 환자분들이 안경을 벗고 싶은 마음에 백내장 수술을 시력 교정의 목적으로 받으시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수술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시력이 월등히 좋아지고 안경 없이 행복하게 지내시는 분들도 분명 많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백내장이 별로 진행되지 않았는데도 마치 큰 문제가 생길 것처럼 겁을 줘서 수술을 서두르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나에게 백내장 수술이 필요한지 알아보는 체크리스트
아래 질문에 답변하고, 나에게 백내장 수술이 적절한 시기인지 가늠해보세요.
⚠️ 백내장 방치하면 녹내장이 생긴다? 과장된 공포
많은 분들이 “백내장을 방치하면 녹내장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하시곤 해요. 이 말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백내장이 방치되어 녹내장까지 가는 경우는 정말 드뭅니다. 거의 1년에 한 명을 만나기 어려울 정도로 희귀한 사례입니다. 보통 이런 분들은 90세 가까운 고령이시고, 시력이 0.1~0.2 정도로 매우 낮은데도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시력이 떨어지다 보니 불편함을 못 느끼고 그냥 ‘뿌옇게 보이는 게 원래 이런 건가 보다’ 하고 지내셨던 경우가 많습니다.
백내장이 심하게 진행되면, 눈 안의 수정체가 팽창하면서 앞쪽의 홍채를 밀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홍채와 눈알 벽 사이의 공간, 즉 전방각이 좁아지게 되고, 눈 안의 물(방수)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안압이 급격히 올라가는 ‘급성 폐쇄각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백내장 수술을 통해 좁아진 공간을 넓혀주면서 녹내장을 예방하고 시력도 개선할 수 있죠.
제가 겪어본 바로는, 시력 교정술을 받으러 오신 분들의 전방각은 보통 30~50도 정도인데, 급성 폐쇄각 녹내장 위험이 있었던 환자분은 18.9도로 매우 좁아져 있었습니다. 이런 분들은 더 이상 수술을 미룰 수 없어 백내장 수술을 서둘러 진행하는 것이 옳습니다. 하지만 모든 백내장 환자에게 ‘녹내장이 생길 수 있으니 빨리 수술하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과한 설명이고, 불필요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환자 증상이 가장 중요: 백내장 진행 단계보다 환자가 느끼는 시력 불편함이 수술 결정의 핵심입니다.
- 과잉 진료 주의: 경미한 백내장을 말기처럼 설명하거나 불필요하게 고가 렌즈를 권유하는 경우를 경계해야 합니다.
- 녹내장 발생은 극히 드뭄: 백내장 방치로 인한 급성 녹내장은 매우 희귀하며, 대부분의 환자에게 해당되지 않습니다.
- 신뢰할 수 있는 진단: 여러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고, 자신의 눈 상태와 증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본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개인의 정확한 진단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합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백내장 초기인데도 불편하면 수술을 고려해야 하나요?
A1: 네, 그렇습니다. 백내장 수술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환자분이 느끼는 시력 불편함입니다. 백내장 진행 단계가 초기라고 하더라도, 혼탁 위치에 따라 시력 저하가 심하여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 후 수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Q2: 백내장 수술 시기는 어떻게 결정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까요?
A2: 2025년 현재 기준으로, 가장 현명한 방법은 환자 본인의 주관적인 불편함(시력 저하, 빛 번짐 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입니다. 여러 안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보고, 백내장의 진행 양상과 생활 패턴 등을 종합적으로 상담하여 수술 여부와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Q3: 백내장이 너무 초기인데 시력교정 목적으로 수술해도 괜찮을까요?
A3: 백내장이 경미하더라도 안경이나 렌즈 착용이 너무 불편한 고도 근시 환자 등 일부는 시력 교정의 목적으로 백내장 수술을 고려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수술 자체를 잘못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수술의 주된 목적이 백내장 치료가 아닌 시력 교정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충분한 설명을 듣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Q4: 백내장 수술 후 부작용은 없을까요?
A4: 모든 수술에는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백내장 수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흔하지 않지만 빛 번짐, 안구건조증, 후발 백내장, 감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수술 전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여 가능한 부작용과 관리법에 대해 숙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